과거에는 이상행동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현재 21세기에는 심리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어 정신병리에 대한 이해가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하지만 과거의 사람들은 이상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을까? 사회적인 존재인 인간은 주변 사람에게 호기심과 의문을 가졌고 나름대로 원인을 추측하였다. 인류의 발달에 따른 이상행동에 대한 인식 변화와 시대별 치료 방법에 관해 설명하려 한다. 

 

1. 고대 원시사회의 귀신론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사회에서는 정신장애를 초자연 현상으로 보았다. 다른 사람과 다른 이상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은 귀신에 씌었거나 저주를 받았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별자리나 월식의 영향으로 이상행동을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으며 다른 사람의 저주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러한 귀신론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대 문헌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다. 고대 사람들은 정신 병리를 치료하는 방법도 초자연적 방법을 사용하였다. 귀신 쫓는 의식을 행하거나 신이 나 귀신을 달래는 의식을 치르는 곳도 있었으며, 중남미 지역에서는 트리핀(trephine)이라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이는 귀신이 머릿속에 들어와 나가지 못해 사람을 괴롭힌다고 생각하여 머리에 구멍을 뚫어 귀신을 내쫓는 비과학적인 방법이다. 이 시대의 정신장애관은 매우 미신적이며 비과학적이었으나 현재에도 일부 종교나 무속에서 미신적 정신장애관이 남아있다. 

2. 그리스 시대의 신체적 원인론

그리스 시대에서는 정신병리를 미신이나 종교와 나누어 의학적인 문제로 보려는 시도가 나타났다. 기원전 4세기경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Hippocrates)는 정신장애를 조증, 우울증 그리고 광증으로 분류하고 신체적 요인의 불균형에 원인이 있다고 보았다. 그는 체액론을 주장하였는데 우리의 몸은 점액, 혈액, 황담즙, 흑담즙으로 네 가지 체액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혈액이 많으면 기분이 쉽게 변하고, 황담즙이 많으면 초조함과 공격성이 높아지고, 흑담즙이 지나치면 우울해진다고 보았으며 이 이론은 오늘날 주장되고 있는 신체적 원인론의 시초가 된다. 히포크라테스는 정신장애 치료를 위해 종교나 주술적인 치료는 지양하였으며 식이요법, 심리적 안정 등과 같은 의학적 치료를 지향하였다. 

3. 중세의 귀신론

서양의 중세 시대는 이상심리학의 암흑시대였다. 의학적인 치료를 지향하던 방향이 고대 귀신론적 정신장애관으로 회귀하였고 많은 정신 장애 환자들이 온갖 수모를 당했다. 종교적인 입장이 발달한 이 시기에는 이상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은 사탄과 악령에 사로잡힌 사람들이라고 규정되었다. 정신병자는 하나님에게 벌을 받는 것이거나 마귀의 수족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오해받아 다양한 형태의 고문을 받거나 화형에 처하기도 했다. 이러한 귀신론이 극에 달하여 정신병자들을 잡는 것을 마녀사냥이라고 불렸으며 잔인한 방식으로 감금당하고 고문당하여 목숨을 잃었다. 중세의 비인간적인 사상은 르네상스에 이르기까지 천여 년 동안 계속되었다. 

4. 근대의 인도주의적 치료

비인간적으로 처우를 받는 정신장애 환자들을 인도주의적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은 바로 필립 피넬(Philippe Pinel)인 프랑스 내과 의사였다. 그는 정신병자 수용소에 갇혀 있던 사람들의 족쇄를 제거하고 어두움 감방보다는 햇살이 들어오는 방에서 지내게 하였으며 뜰에서 운동하도록 권장하였다. 다양한 고문도 당연히 사라졌으며 그들은 악령 쓰인 사람이 아닌 환자로서 탈바꿈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 주었고 피넬의 인도주의적 치료는 다른 나라에도 전파되었다. 영국에서는 윌리엄 튜크가 요크 요양소를 만들어 정신장애 환자들을 인도주의적으로 치료하였고 미국에서는 도로시 딕스(Dorothea Dix)가 인도주의적 치료를 옹호하여 많은 사람의 지지를 받았으며 덕분에 오늘날 정신병원의 형태를 갖춘 시설들이 미국 전체에 세워지게 되었다. 이와 같은 정신장애 환자들을 인간적으로 치료해 주어야 한다는 인도주의적 치료의 도입은 약 200년 전의 일이다. 

5. 현대의 이상심리학 

정신장애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에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이상심리학의 토대가 건설되었다. 이상심리학의 발전에 기여한 주요 변화는 정신분석학이며 이를 시작으로 20세기 중반 이후부터 이상행동과 정신장애에 대한 경험적 연구가 증가하였으며 인지행동치료, 게슈탈트치료, 현실치료 등 다양한 치료 이론이 등장하였다. 
19세기에 심리적 원인론(psychogenesis)이 제기되면서 정신장애의 새로운 관점이 급격하게 발전되었다. 오늘날 사용되는 최면술과 비슷한 방법을 사용하여 히스테리 환자들을 치료하였으나 당시 최면술은 의료계의 인정을 받지 못했는데 히스테리는 신체적 마비 증상은 있으나 신체적인 기능이상이 없었기 때문에 최면술과 같은 심리적인 치료에 논란이 계속되었으며 이것은 정신분석학을 움직이게 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19세기 후반에 최면술은 다시 프랑스 신경학 교수였던 샤르코(Charcot)에 의해 히스테리 치료의 주요 기법으로 인정받았다. 샤르코는 공포장애, 불안장애 등 정신질환의 발병에 있어 심리적인 요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주장은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가 정신분석학을 내놓으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프로이트는 프랑스에서 샤르코에게 최면 치료를 배운 후 고국으로 돌아와 히스테리 환자에게 최면을 걸고 증상이 생긴 상황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런 임상 치료에서 환자가 과거의 고통스러운 사건을 격한 감정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이것을 기초로 무의식의 개념을 만들었다. 무의식에 존재하는 아동기의 충격적인 경험이 신경증을 형성하여 증상을 만든다고 보았다. 이것을 의식으로 떠오르게 하면서 증상이 치료되는 것을 알게 된 프로이트는 최면술 대신에 억압된 무의식적 기억 내용을 회상하게 하는 '자유연상법'을 개발하여 사용하였다. 프로이트는 이후 무의식적인 억압으로 이상행동이 유발될 수 있다는 정신분석학의 이론적 기초를 제시하였다. 
20세기에 들어서 이상행동의 원인론으로 신체 원인론이 발전되었다. 정신병적 증상을 보이는 진행성 마비라는 질병에 걸린 환자들이 과거에 매독에 걸린 적이 있다는 사실을 토대로 진행성 마비 환자의 뇌를 부검한 결과 매독균이 뇌의 중추신경계에 손상을 입힌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발견은 정신장애가 생물학적 원인으로도 발생할 수 있다는 신체적 원인론에 확고한 기반이 되었으며 생물학적 연구를 진행하는데 여러 가지 기여를 했다. 이상심리학에서는 심리적 원인론과 신체적 원인론이 공존하며 이 둘은 상호배타적인 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인 관계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