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후유증,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1. 외상이란 무엇일까?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수한 생활사건을 경험한다. 대부분의 사건에 적응하며 살아가지만 부정적인 사건을 겪고 난 후에는 잠시 고통을 겪기도 한다. 이러한 고통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치유되며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게 된다. 하지만 살다 보면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사건을 경험할 때도 있다. 이러한 사건들은 너무 강력하고 충격적이어서 우리의 신체 혹은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된다. 이처럼 외부로부터 받은 충격적인 사건에 의해서 입은 신체적, 심리적 상처를 외상, 다른 말로 트라우마(trauma)라고 한다. 
외상은 발생한 횟수와 대인관계 관여도에 따라 상세한 구분을 이룬다. 우선 발생 횟수는 개인에게 단 한 번의 큰 외상으로 상처를 입히는 일시적인 외상이 있고 학교 폭력이나 가정 폭력과 같이 반복적으로 매일 겪게 되는 반복적 외상이 있다. 반면에 대인관계 관여도에 따른 구분에는 인간이 관여하지 않은 재연재해와 같은 지진, 태풍, 산사태, 화산폭발 등과 같은 인간 외적인 외상이 있고 타인에 의해서 고의로 일어난 충격적인 사건, 예를 들어 전쟁, 테러, 강간, 살인, 폭력 등과 같은 사건은 대인 관계적 외상으로 구분한다. 어떤 종류의 외상이든 외상 사건을 경험한 사람은 후유증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가질 수 있으며 일상생활에 심각한 부적응을 초래할 수 있다. 하지만 대인 관계적 외상이 다른 외상보다 더 크고 오래가는 트라우마를 남기는 경향이 있다고 보고된다. 
 

2.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증상 및 진단 기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즉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는 신체적 혹은 심리적 외상을 입을 만큼의 큰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후에 부적응적인 심리적 증상이 나타나 일상생활의 기능을 저하시키는 장애이다. 이 장애는 생명의 위협이나 신체적 상해를 입을 만한 자극이 심한 사건을 경험하고 그 사건이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커다란 상처가 되어 개인에게 오랫동안 지속되는 심리적인 고통을 준다. PTSD는 일반적으로 네 가지의 심리적 증상을 보인다. 첫째는 침투 증상으로서 외상 사건과 관련된 기억이나 감정이 갑자기 예고 없이 의식에 떠올라 재경험을 하는 것이다. 과거의 경험이 현재에 자꾸 침범함으로써 겪었던 고통을 또다시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외상 사건과 관련된 기억, 생각, 감정을 회피하는 것이다. 외상 사건의 자극을 재경험한다는 것은 환자에게 매우 고통스럽고 두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환자는 이러한 기억을 잊고 싶어 하며 외상 경험을 떠오르게 하는 사람이나 장소 혹은 그와 관련된 모든 자극이나 단서를 회피하려고 노력한다. 세 번째는 외상 사건과 관련된 기억이나 인지에 부정적인 변화를 겪는다. 외상 사건의 중요한 일부를 기억하지 못한다거나 사건이 일어난 원인이나 결과를 부정적이고 왜곡적으로 해석하여 자신 혹은 타인에게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나쁜 놈이야', '세상은 위험 천지야', '나는 절대로 회복되지 않아' 등과 같은 생각을 하기도 하며 공포, 분노, 죄책감 또는 수치심 같은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각성과 반응성에 뚜렷한 변화를 보인다. 평소에도 과민하여 예민하게 반응하고 주의집중을 잘하지 못하거나 아주 작은 자극에도 매우 놀라기도 한다. 사소한 일에 분노나 짜증을 표출하기도 하며 잠을 잘 자지 못하거나 잘 깨는 수면 곤란을 보이기도 한다. 위의 네 가지 모든 증상이 한 달 이상 나타나서 일상이 어려워질 정도로 장해를 겪는다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내린다. 일반적으로 외상 사건을 겪은 바로 직후에 증상들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예외도 존재한다. 사건을 경험하고 한 달이 지나도 증상을 보이지 않다가 몇 개월 혹은 몇 년 후에 외상 사건의 증상이 뒤늦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아동일 경우 외상 사건의 영향을 더 크게 받기 때문에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아동의 증상은 성인의 증상과 다를 수 있는데 외상 사건의 일부를 잊어버리기보다 외상 사건과 관련된 주제로 놀이를 하거나 괴물이 나타나거나 다른 사람을 구하는 내용의 꿈을 꾸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 외로 심리적인 충격을 분리불안, 신체화 증상, 비행 행동 등으로 나타날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3.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원인 

같은 외상 사건을 겪는다고 해도 모든 사람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갖는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잘 이겨내고 적응하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고통을 호소할 수 있다. 따라서 PTSD 연구에서는 외상 사건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이러한 장애에 취약점을 가진 사람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에 두었다. PTSD를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을 사건의 전, 중, 후로 나누어서 제시한다. 첫 번째로 외상 전 요인으로는 정신 장애에 대한 가족력, 아동기의 다른 외상 경험, 의존성이나 정서적 불안정성과 같은 성격적 특성이 있다. 두 번째로 외상 중 요인으로는 외상 사건의 강도가 강하고 자주 노출되었을수록  장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또한 외상을 다른 사람의 악의에 의한 사건이나 친밀한 관계의 사람으로부터 겪었다면 PTSD가 더 깊고 오래 지속될 확률이 높다. 마지막으로 외상 후 요인으로는 사회적 지지와 친밀한 관계 부족, 일상생활에 추가적인 스트레스, 결혼과 직장의 불안정성, 심한 음주와 도박 등이 있다.
 

4.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치료하는 주요 방법으로는 지속적 노출 치료, 인지 처리 치료, 안구운동 둔감화 및 재처리 치료가 사용된다. 첫 번째, 지속적 노출법(PE:Prolonged Exporesure)은 강간 피해자를 치료하기 위해 개발한 치료법이다. 이 치료법에서는 외상 사건을 단계적으로 떠올리게 하여 불안한 기억에 반복적으로 노출시켜 두려움에 서서히 직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반복적인 노출을 통해서 공포가 둔감화시키고 외상과 관련된 기억을 회피하려는 시도를 감소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다. 여기에서는 안전하고 이완된 상태에서 외상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으로 공포 상황을 떠오르게 하되, 그와 불일치하는 안정된 상태를 제공해 공포 기억구조를 수정하고 기존 인지에 통합시킨다. 두 번째, 인지 처리 치료(CPT:Cognitive Processing Therapy)는 외상 사건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왜곡된 생각이 강한 부정 정서를 일으키고 외상 기억에 대한 자연 치유를 방해한다는 가정에 근거한다. 따라서, 외상 사건의 부정적 의미를 수정함으로써 회복을 촉진한다. 인지 처리 치료는 강간 피해자나 퇴역군인을 비롯해 다양한 집단에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된다. 마지막으로, 안구운동 둔감화 및 재처리 치료(EMDR:Eye Movement Desensitization and Reprocessing)의 치료 방법은 환자에게 괴로운 외상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동시에 치료자 손가락의 움직임을 눈으로 따라가게 하여 안구운동을 시키는 것이다. 이러한 안구운동은 외상과 관련된 기억, 심상, 감정 등이 점차 약해져 가는 동시에 외상의 정보처리가 촉진된다는 가정에 근거한다.
외상은 인간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으나 더 나아가 인간을 성장시키는 촉진제가 될 수 있다.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강점과 잠재력을 발견하고 자신에 대한 확신과 통제감도 얻을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아픔을 더욱 깊이 이해함으로써 다른 사람의 아픔도 이해할 수 있는 공감 능력이 향상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