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감기, 우울증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로 표현하는 이유는 누구에게나 갑자기 찾아올 수 있는 정신질환이기 때문이다. 치료 후에도 재발 우려가 높으므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치료 후의 정신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울증은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지만, 실제로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사람은 적다. 일상생활에서 가끔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자신이 일시적인 우울한 기분인지 우울장애인지 판단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우울증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치료받지 않는다면 자살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우울감과 우울장애의 차이를 이해하고 적절한 시기에 병원을 방문해 치료받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1. DSM-5에서 우울장애란?

우울장애는 기분의 장애를 주요 특징으로 나타내는 기분 장애의 한 유형으로, 조증, 혼재성 또는 경조증 삽화의 과거력이 없다는 점에서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와 구별된다. DSM-5에서 분류되는 우울장애에는 다섯 가지의 하위유형이 존재한다. 주요 우울장애, 지속성 우울장애, 월경 전 불쾌감 장애, 파괴적 기분 조절 부전 장애가 이에 포함된다. 우울장애의 진단을 위해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주요 우울증 삽화의 여부인데, 우울증 삽화는 독립적인 정신 장애로 진단되는 것이 아니라 우울장애 진단에 있어 필요한 기초적인 증상이라고 볼 수 있다. 우울 삽화의 필수 증상은 2주에 걸쳐 하루의 대부분 동안 매일 또는 거의 매일 발생하는 우울한 기분 또는 흥미나 즐거움의 상실을 느끼는 것이다. 이 외에도 식욕의 변화(폭식 또는 식욕감퇴), 체중의 변화(체중감소 또는 체중증가), 수면량의 변화(불면증 또는 과다수면), 사고력 및 집중력 감소, 피로감, 무가치감, 죄책감, 자살 사고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5개 이상의 증상이 2주 동안 나타나야 한다. 필수 증상에서 우울한 기분은 소아에게서는 과민성, 쉽게 화를 내는 것으로 표현될 수 있고 노인의 경우 사고력 및 집중력 감퇴는 치매와 구분되어야 한다. 자살 사고를 경험했을 경우 자살의 확률이 높기 때문에 더 주의 깊게 다뤄야 한다. 우울장애에서는 우울 삽화만 존재해야 하며 조증, 혼재성 또는 경조증 삽화의 이력이 있다면 양극성 장애로 진단되어야 한다. 우울 장애의 유병률은 여성은 10~25%이며 남성은 5~10%로 남자보다 여자에게 더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며 정신장애 중에 가장 유병률이 높은 질병이다. 하지만 치료를 받으면 회복이 잘 되는 편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치료가 필수적이다.

 

2. 주요 우울장애 증상 및 진단기준

주요 우울장애는 우울장애 유형 중 가장 심각한 우울 증세를 보이는 질병이다. 주요 우울장애의 진단기준은 매일 또는 거의 매일 2주 동안 지속적인 우울한 기분이나 흥미나 즐거움의 현저한 감소 둘 중 하나 이상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며 그 외 체중변화, 수면 변화, 식욕 변화, 정신적 초조, 피로감, 무가치감, 사고력 및 집중력 감퇴, 자살 사고 중 5개 이상 포함되어야 한다. 이러한 우울 증상으로 인해 임상적인 고통과 사회적 기능에 손상을 초래하고 우울 증상이 약물에 의해서 발생된 것이 아니어야 한다. 주요 우울장애는 기분장애이지만 다양한 심리적 문제가 동반된다. 우울감과 함께 죄책감, 고독감, 허무함, 절망감 등도 지속될 수 있다. 이들의 사고는 부정적이고 비관적이며 자신이 무능하고 열등하며 무가치한 존재로 여겨지는 자기 비하적인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또한 타인과 세상은 적대적이며 냉혹하다고 느끼기 때문에 산다는 것은 힘들고 괴로운 일로 여겨진다. 미래가 비관적이고 허무주의적인 생각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살 사고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사고 때문에 일상생활에서도 어떤 일을 하고자 하는 의욕이 현저하게 저하되어 보이고 사고력과 판단력의 감퇴로 자신의 생각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업이나 직업 활동에 어려움을 보인다. 심리적인 활력 저하로 인한 신체적인 면역력 저하도 함께 동반될 수 있어서 감기나 전염성 질환에 약하고 한 번 걸리면 오래 지속된다.

 

3. 지속성 우울장애 증상 및 진단기준

우울 증상이 2년 이상 지속해서 나타나고 식욕 및 체중 변화, 수면 변화, 피로감, 자존감 저하, 집중력 및 판단력 저하, 절망감 중 두 가지 이상의 증상이 있을 경우 지속성 우울장애로 진단된다. 주요 우울장애의 증상이 2년 이상 지속된다면 진단이 지속성 우울장애로 된다. 우울장애의 심각성은 증상보다 지속 기간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성 우울장애의 핵심 증상은 만성적인 우울감이다. 지속성 우울장애 환자는 주요 우울장애 환자보다 10년 후에도 우울증을 앓고 있을 확률이 14배나 더 높았다. 이들은 치료에 대한 효과가 더디며 우울 삽화를 더 자주 나타낸다. 또한 다른 정신장애(불안장애, 강박장애 등)와의 공병률이 더 높고 만성적인 신체적 질환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4. 월경전기 불쾌장애 증상 및 진단기준

월경전기 불쾌 장애의 진단 기준은 현저한 정서적 불안정성, 현저한 과민성, 분노 또는 대인관계 갈등, 현저한 우울 기분, 무력감, 자기 비하적 사고, 불안, 긴장 이러한 증상 중 한 가지 이상 존재해야 하고 일상적인 활동에 흥미 감소, 주의집중 곤란, 무력감, 피로함, 식욕 변화, 수면 변화, 통제력 저하, 신체적 증상 중 한 가지 이상 나타나야 한다. 이러한 증상들은 대부분의 월경주기마다 월경이 시작되기 전주에 모든 증상 중에서 다섯 가지 이상 나타나야 하며 증상은 월경이 시작되면 며칠 이내로 감소하고 월경이 끝나면 사라진다. 월경전기 불쾌 장애의 유병률은 여성의 3~9%로 보고 있으며 주요 우울장애, 양극성 장애, 불안장애와 공병률이 높다. 또한 이 장애를 가진 여성은 과거에 성적, 신체적 학대를 당한 경험이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5. 파괴적 기분조절부전장애 증상 및 진단기준

주로 아동기나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질환으로 자신의 불쾌감을 조절하지 못하고 분노 행동으로 표출하는 장애이다. DSM-5에 처음으로 우울장애에 포함되었다. 증상은 언어적 또는 행동적으로 표현되는 심각한 분노 폭발을 반복적으로 나타내고 이런 분노 폭발은 발달 수준에 부적절해야 한다. 분노 폭발은 매주 3회 이상 나타나고 거의 매일 하루 대부분 짜증이나 화를 내며 주변 사람에게 현저히 관찰될 수 있다. 증상은 12개월 이상 지속해서 나타나고 가정, 학교, 또래와 함께 있는 상황 중 두 가지 이상 나타나고 한 개 이상에서 심하게 나타나야 파괴적 기분조절부전 장애 진단을 내린다. 아동기의 만성적인 분노 폭발은 성인기에 우울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대부분 만 6세가 되면 거의 사라지지만 사라지지 않는다면 문제 행동으로 간주한다.

6. 우울장애의 원인과 치료

우울장애는 우울감을 유발하는 부정적인 선행 사건이 존재한다. 상실과 실패를 경험하고 생활의 변화를 겪으면서 새로운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심리적 부담, 즉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다. 우울장애는 큰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유발될 수도 있으나 작은 부정적인 사건이 누적되어 가랑비에 옷 젖듯이 생겨날 수 있다. 또한 사회적인 지지가 부족하거나 결여 돼도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개인이 삶을 지탱하는 심리적 또는 물질적인 도움이 결여되었음을 의미한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느낄 수 있는 안정감, 친밀감, 소속감, 돌봄과 보살핌의 사회적 지지는 개인이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이겨낼 수 있는 자신감을 느끼게 해 준다. 하지만 이러한 환경적 요인으로만 우울장애를 발생시키지만은 않는다. 유전적인 요인도 존재하는데 직계가족에서 우울장애 환자가 있을 경우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1.5~3배 정도 더 높다. 친부모의 우울장애 유병률은 31%이며 양부모는 12%의 유병률을 보였다.
우울장애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발적으로 회복이 되는 경우가 많으나 심한 경우에는 자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전문가를 찾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장 효과적인 치료 방법으로는 약물치료와 인지치료가 있다. 인지치료에서는 환자의 부정적인 사고 내용을 탐색하고 인지적인 왜곡을 찾아 긍정적이고 현실적인 신념으로 변화시켜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약물치료는 가장 대표적인 치료법이다. 대표적인 약물은 삼환계 항우울제, MAO 억제제,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이다. 특히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는 치료 효과가 빠르고 가장 부작용이 적다. 하지만 약물 치료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우울증 치료의 경우 심리상담 치료와 병행되는 경우가 많다. 병행 치료가 우울증 재발 확률을 현저하게 감소시켰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7. 우울증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

주변에서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을 보고 정신이 나약하다거나 외부 활동을 하면 나아질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반응은 한국에서의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주며, 이는 안타까운 현상이다. 우울증 환자의 사고방식은 일반인들과 비교하면 부정적이고 약해 보일 수 있지만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질병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이해가 필요하다. 이렇게 유병률이 높은 우울증의 정보가 더욱 널리 보편화되어 사람들의 이해도를 향상시키고, 단순히 비난하지 않았으면 한다.